KBS 신교양 예능 표리부동 출연자 갑질 논란?

지난 7월 7일 첫 방송된 KBS 새 교양 예능 ‘표리부동’을 평소 관심 있게 찾아봤다.교양 버라이어티를 아주 좋아하는! 시청자로서 기대할 수밖에 없는 방송이었다. 게다가 워낙 유명한 이수정 교수와 표창원 교수가 직접 범죄 사건에 대해 설명하는 방식이라는 점이 매력적이었다. 다만 SBS에서 방영되고 있는 꼬리 물어뜯는 그날 이야기(코콤)와 다소 유사한 면이 많아 보였지만 사실상 대부분의 방송이 대박을 터뜨린 프로그램의 형식을 조금씩 따라가는 모습이어서 일단 좀 더 지켜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연예인들이 이야기하듯 풀어내는 게 코콤의 흐름이라면 표리부동은 두 전문가가 각자의 시선으로 범죄 사건을 재해석하는 게 두 방송의 차이이기 때문이다.

방송에 참여하는 패널 구성 역시 정말 마음에 들었다. 늘 믿고 보는 김숙, 특유의 분위기에서 적절히 무게감을 잘 잡아주는 배우 유성, 시청자들의 모습을 대변하는 듯했던 가수 인피니트 김성규, 날카로운 질문을 던진 하석진의 조합이 프로그램과 잘 어우러졌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조금 의문스러웠던 건 2회와 3회에서 정규 멤버였던 김성규의 모습을 볼 수 없었다는 것이다. 물론 연예기사를 통해 확진 판정으로 치료를 받게 된 김성규가 촬영에 함께 할 수 없다는 사실은 알았지만, 그렇다면 이를 방송 측에서도 시청자들에게 공지하는 게 맞지 않을까. 팬들 역시 언제부터 김성규가 재출연할지 몰라 예고편을 보고 예측하거나 당일 방송에서 확인해야 했다는 반응이다. 다소 불친절한 방송이라는 느낌을 받은 바, 바로 오늘 방송사와 김성규 소속사의 입장 갈등에 대한 기사를 접했다.

기사에는 입장 갈등이라고 표현했는데 만약 그 내용이 사실이라면 ‘갑질’이라는 생각이 들었다.기사 내용은 다음과 같았다. 치료를 받기 위해 촬영에 참여하지 못한 김성규는 완치 후 촬영 스케줄을 문의했고, 이 과정에서 표리부동팀으로부터 하차 소식을 들었다는 것이다. 이미 촬영 스케줄에 맞춰 뮤지컬 스케줄을 조정해 놓은 소속사 측은 당연히 난감할 수밖에 없는 입장일 것이다. 물론 출연진의 잘못이 아닌 일로 갑작스러운 하차를 통보하는 것도 충분히 부당하다고 생각되지만, 12부작이라는 짧은 편성 계획 중 절반에 가까운 회차에 참여할 수밖에 없었던 출연진의 사정상 제작진의 입장을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이것이 명백한 ‘갑질’로 느껴진 지점은 남은 촬영 일정을 고정 출연자가 아닌 ‘게스트’로 참여해달라는 황당한 제안을 했다는 것이다. 프로그램 하차는 아니지만 고정 출연은 재고하겠다는 표리부동 측의 입장은 그래도 시청률은 사수해야 한다는 비겁한 의도로 보인다. 네이버에서 표리부동 검색하면 자동 완성되는 단어로 출연진 중 김성규의 이름만 유일할 뿐 아니라 상위에 오른다. 방송이 시작된 지 얼마 되지 않은 프로그램인 만큼 ‘출연진이 누구인가’는 매우 중요한 문제가 될 수밖에 없지만 김성규 하차 영향은 당연히 클 것으로 보인다. 이를 우려해 게스트라는 고통스러운 제안을 한 게 아닌가 싶다.

이후 기사를 읽어보면 KBS는 하차나 게스트 출연을 제안한 것이 아니라며 아직 이를 결정한 바 없고 소속사와 협의 중이라는 반응을 보였지만 그 속사정을 다 알 수는 없지만 그래도 양측 모두 완만한 해결을 원하는 것 아니냐는 추측을 해봤다. 그러나 아무리 관대하게 보려고 해도 이 해명은 매우 신뢰할 수 있는 해명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다음은 기사에 나타난 부분.표리부동 측은 하차를 통보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 하차를 통보한다는…?말이 너무 애매한 건 나뿐인가? ^^ 게다가 하차 통보를 받은 소속사 측이 하차 보도를 하겠다고 하자 이를 못하게 막았다는 내막까지 드러났다. 하차 통보는 했지만 하차 보도는 못하게 막는 방송국이라… 워낙 갑질로 보이는 상황. KBS 측에서도 이것이 부당한 하차임을 알기 때문에 언론에 나타나기를 주저하는 것. 다만 서로 다른 두 입장의 협의 과정에서 나타나는 입장 차이, 혹은 소통 부재의 문제였기를 바랐지만 내막이 드러날수록 실망하는 방송계의 모습이다. 방송계 갑질을 언제까지 지켜봐야 하나.

만약 김성규 소속사의 입장 표명이 없었다면 겉으로는 출연진을 배려하는 듯하면서도 내부에서는 부당한 제안을 하는 말 그대로 ‘표리부동’한 모습이 숨겨졌을 것이다. 우리 사회에서는 흔히 나타나는 갑질 논란을 보면 괴로워도 한편으로는 폭로 이후 부당한 처우나 시선 등을 걱정해야 하는 갑질 피해자들을 응원하게 된다. 부디 문제가 잘 해결되어 시청자들도 편안한 마음으로 방송 시청을 즐길 수 있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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