넷플릭스 유료가입자 2억명 돌파라는 의미

2021년에만 총 70편의 영화 개봉 예정… <승리호> 개봉 직후 글로벌 스트리밍 순위 1위

1997년 DVD 대여업으로 시작해 세계 최대 OTT(Over The Top: 온라인 동영상 스트리밍 서비스) 플랫폼으로 성장한 넷플릭스가 지난해 처음으로 유료 구독자 수 2억명을 돌파했다.

지난 1월 20일 넷플릭스는 2020년 4분기 실적을 발표하면서 분기 가입자 수가 851만명 증가했고 유료 가입자 수는 총 2억366만명을 기록했다고 밝혔다. 2020년 한 해 동안 가입자가 3700만명 증가하며 가입자 수 1억명을 달성한 2017년 3분기 이후 약 3년 만에 두 배의 유료 구독자 수 확보에 성공한 것이다. 연간 실적에서는 매출액 250억달러(약 27조5천억원), 영업이익 46억달러(약 5조원)를 기록해 전년 대비 각각 24%, 76% 성장한 수치를 보였다. 경쟁사인 디즈니플러스(Disney+)와 플루(Hulu), HBO맥스와 같은 서비스가 지원 국가를 늘리고 공격적인 시장 확장 전략을 펼치는 가운데 거둔 의미 있는 성과라 할 수 있다.

넷플릭스가 시장의 기대를 웃돌며 빠르게 가입자 수 2억명을 확보한 것은 코로나19 사태로 인해 늘어난 OTT 서비스 수요와 지속적인 오리지널 콘텐츠 공급에 있다고 할 수 있다. 세계 각국에 내려진 봉쇄 조치는 사람들이 집 안에 머무는 시간을 증가시켰고 수년간 지속적으로 성장해온 OTT 시장은 2020년을 기점으로 폭발적으로 성장했다. 이에 대한 반사이익으로 이미 시장을 주도하고 있던 넷플릭스는 <에밀리, 파리로 간다>, <래치드>, <블리자톤>, <퀸즈 갬빗>, <스위트홈즈>와 같은 오리지널 시리즈는 물론 <에놀라홈즈>, <올드가드>와 같은 영화까지 연이어 히트시키며 콘텐츠 라인업 강화에 성공했다.

극장 개봉 대신 넷플릭스를 택한 <승리호>는 하루 만에 넷플릭스 글로벌 스트리밍 순위 1위를 기록했다. / 출처 = 유튜브 <승리호> 발매 예고편 최근에는 제작비 240억원을 투자해 송중기, 김태리가 주연을 맡은 한국 최초 우주배경 SF영화 <승리호>의 극장 개봉이 좌절되자 310억원에 판권을 직접 사들여 전 세계 190개국에 동시 공개한 바 있다. <승리호>는 지난 2월 4일 개봉 직후 불과 하루 만에 영상 콘텐츠 순위 사이트 ‘플릭스 패트롤(flixpatrol.com)’ 기준 넷플릭스 글로벌 영화 스트리밍 포인트 종합 1위를 기록하며 파문을 일으켰다. 앞서 2020년에는 코로나19 사태로 극장 개봉이 어려워진 한국영화 <콜>, <사냥의 시간>, <차인표>도 넷플릭스를 통한 개봉을 선택했기 때문에 이제는 제작사와 투자·배급사가 제작비라도 거두기 위해 넷플릭스를 선택하는 경우가 많아졌다.

이처럼 넷플릭스는 업계 안팎을 막론하고 지대한 영향력을 미치며 세계 최대 OTT 플랫폼으로서의 입지를 더욱 공고히 하고 있다. 지난 2007년 첫 동영상 스트리밍 서비스를 시작한 넷플릭스는 약 10년 만인 2017년 3분기에 유료가입자 수 1억명을 넘어섰다. 하지만 이후 가입자 수가 두 배가 되는 데는 불과 3년밖에 걸리지 않았다. 넷플릭스가 계속 폭발적인 성장을 거듭하는 데는 수많은 요인이 작용하겠지만 역시 ‘콘텐츠’ 역량 강화가 이들의 성장을 견인하고 있다.

  • 넷플릭스 오리지널 콘텐츠 및 적극적인 판권 투자 2019년 3월 넷플릭스 공동창업자이자 최고경영자(CEO)인 리드 헤이스팅스(Reed Haistings)는 새로운 콘텐츠 전략 발표회에서 “우리는 기술 기업이 아니라 디즈니와 같은 미디어 기업”이라고 선언했다. 이 선언에는 2012년부터 확보해온 다양한 오리지널 콘텐츠 라인업을 대폭 확대하고 오리지널 콘텐츠를 제작하는 글로벌 17개국 현지 제작사와의 파트너십을 강화한다는 내용이 담겨 있었다. 실제 넷플릭스는 본국인 미국을 떠나 글로벌 시장에 첫발을 내디딘 2016년 이후 콘텐츠 확보를 위해 과감한 투자를 감행해오고 있다. 2018년에만 매출액(157억9000만달러)의 약 75% 수준인 120억달러가량을 콘텐츠 제작에만 투자했을 정도다. 치열한 OTT 시장에서의 경쟁에서 승리하기 위해서는 결국 ‘콘텐츠’에 집중해야 함을 깨달은 넷플릭스의 이 같은 경향은 시간이 지날수록 더욱 두드러지고 있다.

넷플릭스 등록 콘텐츠 수 추이. 글로벌 진출을 선언한 2016년을 기점으로 오리지널 콘텐츠가 늘고 있다. / 출처 = Reelgood.com 넷플릭스가 서비스하는 콘텐츠 유형을 확인해 보면 이 같은 사실을 확인할 수 있다. 스트리밍 서비스 서치엔진 Reelgood.com이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넷플릭스는 2015년까지 다량의 영화, 드라마, 다큐멘터리 판권을 매입하는 전략을 취해왔다. 2012년 기준 약 11,000개에 달하는 콘텐츠를 제공하던 넷플릭스는 글로벌 진출을 본격화한 2016년을 기점으로 자체 제작한 오리지널 콘텐츠 제작을 대폭 늘리기 시작했다. 지난 2018년 약 5,000편까지 감소해온 전체 콘텐츠 수도 리드헤이스팅스의 이른바 ‘미디어 기업’ 선언이 있었던 2019년을 기점으로 2년 연속 증가하고 있다. 한국, 일본을 비롯한 여러 나라에서 현지 파트너십을 통한 콘텐츠 제작·발굴에 주력해 온 결과라 할 수 있다.

실제 한국의 경우 넷플릭스는 2016년 한국 서비스를 시작한 후 CJ ENM 및 자회사 스튜디오드래곤과 ‘콘텐츠 제작 및 글로벌 콘텐츠 유통을 위한 전략적 파트너십’을 체결하고 JTBC의 자회사인 JTBC콘텐츠허브와 3년간 콘텐츠 유통 파트너십을 체결한 바 있다. 단순히 새로운 콘텐츠를 제작하는 것이 아니라 한국 콘텐츠를 전 세계에 소개하는 하나의 유통창구 역할을 하는 것이다. 이는 국내 콘텐츠 산업 전반의 ‘후방연쇄효과(backward linkage effect)’로 이어졌다. 넷플릭스 오리지널 콘텐츠를 제작하는 제작사부터 특수효과, 애니메이션, 시나리오, 음악, 배우 등 업계 전반에 걸쳐 큰 영향력을 미치며 이들의 외형성장뿐만 아니라 질적 성장도 촉발하고 있다. 콘텐츠 사전제작, 적절한 제작비 책정 및 지급 등 기존 국내 제작 시스템의 고질적인 문제점을 넷플릭스가 해소하고 체계적인 시스템을 구축하고 있는 것이다. 이를 바탕으로 제작사 에이스틀리의 <킹덤>을 비롯해 스튜디오드래곤의 <스위트홈>, 오보이 프로젝트의 <보건교사 안은영>과 같은 글로벌 스케일의 국내 오리지널 히트작들이 대거 제작됐으며 2019년에는 에이스틀리가 코스닥 시장에 상장하기도 했다.

그리고 지난 1월 12일 넷플릭스는 공식 유튜브 채널 영상을 통해 2021년 매주 새로운 영화를 선보이며 1년간 총 70편에 달하는 영화를 공개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코로나19 사태로 침체기를 맞은 극장가 대신 압도적인 물량 공세를 통해 무섭게 뛰어오르는 경쟁사 디즈니플러스를 멀리 앞서겠다는 전략이다. 이들의 전략에는 역시 극장 개봉을 미뤄왔던 신작 영화의 판권을 적절한 가격에 구매하는 것도 포함돼 있다. 이는 넷플릭스가 쌓아온 시장과 생태계가 코로나19의 어려운 상황 속에서 위기에 처한 기존 영화산업 전체를 이끌고 버티는데 큰 도움이 되고 있다는 사실을 평가절하할 수 없는 이유이기도 하다.

이준섭 기자 [email protected] <저작권자© 소비자평가,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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