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TBC 뉴스룸의 저널리즘을 한걸음 더 손석희 <장면들> 서평

책 판다의 집에는 텔레비전이 없지만, 8시가 되면 뉴스를 틀던 시절이 있었습니다. 벌써 5년 반이 지났네요. 손석희 전 앵커 선생님이 진행하던 JTBC 뉴스룸을 한 번도 놓치지 않고 시청하던 시절입니다. 책 판다는 원래 뉴스 보는 걸 좋아하는 편인데 그때처럼 뉴스에서 눈을 뗄 수 없었던 시절이 있을까 싶어요. 영화가 현실을 따라가지 못한다는 말이 가장 실감났을 때였으니까요.

그 시대에는 책 판다처럼 아마 정말 많은 분들이 JTBC에서 눈을 떼지 못했을 거예요. 저널리즘이 세상을 우리가 원하던 방향으로 바꾼 순간이잖아요.

그런데 저에게는 너무 퇴색된 기억에 남았던 것 같아요. 손석희 앵커 선생님의 <장면>을 출간 소식을 들은 지 한참이 지나도록 책을 읽지 않았습니다. 솔직히 말해서 어느 순간 그의 저널리즘이 바뀌었다고 생각했거든요. JTBC 뉴스룸 시청률이나 신뢰도도도 크게 하락한 걸 보면 저만 그렇게 생각한 게 아니었던 것 같아요.

책 출간 후 7개월이 지나서야 책을 알아봤어요. 돌아온 ‘알릴레오북스’ 소개 덕분이기도 합니다. 손석희 앵커 선생님이 떠난 자리에 남은 저널리즘이 더 엉망이 되어버린 것도 이 책을 읽게 된 이유였습니다.

손석희 앵커 선생님은 책을 통해 저널리즘을 실천하는 네 가지 원칙으로 사실, 공정, 균형, 품위를 제시하셨습니다. 그리고 책에 적힌 또는 책 판다가 직접 지켜본 그의 행보와 이 원칙을 거듭해 보았습니다. 자신의 입장을 적어놓은 것을 감안해도 JTBC의 행보는 이 원칙을 비교적 잘 지켜온 것 같았습니다.

예를 들어 세월호 사건에 대한 JTBC의 태도를 보세요. 갑자기 정치화되어 버린 이 사건을 그들은 끝까지 우리가 이겨야 할 재난의 관점에서 바라보고 또 지켰습니다. 이 시기의 굳건한 자세가 아니었다면 2016년 탄핵을 이끌어낸 국정농단 보도도 불가능했을 것입니다(스모킹 건을 제공한 제보자가 JTBC의 열혈 시청자가 아니었다면 어땠을까요?). 손석희 앵커 선생님이 제시하신 ‘어제의 키핑’이 빛난 순간이 아닐까 싶습니다.

(‘어젠다 키핑’은 시민들 사이에 의미 있는 변화 또는 반응이 있을 때까지 사안에 대한 관심/보도를 계속해 나가는 것이라고 본 판다는 이해했습니다.)

바늘로 천 번 찔러도 피가 한 방울 나지 않을 것 같았던 손석희 앵커 선생님의 피로와 고민을 느낄 수 있었던 것도 이 독서 나름의 수확이었습니다. 특히 본 판다는 남의 삶을 바라볼 때 빛나는 순간에만 주목하는 버릇이 있었거든요. 물밑에서 쉬지 않고 굴려야 했던 다리를 잘 알면서도 습관처럼 모른 척하게 됩니다. 이게 제 인생을 초라하게 만드는 아주 나쁜 버릇이에요.

이 책을 읽고서야 화면 뒷면의 순간과 마주치게 되었습니다. 거기 사람 얼굴이 있더라고요. 저와 다를 바 없는 ‘사람 얼굴’입니다. 그래서 더 용기를 얻었습니다. 그가 이룬 저널리즘, 그의 저널리즘이 이룬 변화는 나와 다를 바 없는 사람이 이끌었다는 것이다. 용기를 가지면 (손석희 앵커 선생님만큼은 아니더라도) 가치 있는 일을 해낼 수 있다는 것이다. 용기를 많이 얻었어요.

이 책을 읽고서야 화면 뒷면의 순간과 마주치게 되었습니다. 거기 사람 얼굴이 있더라고요. 저와 다를 바 없는 ‘사람 얼굴’입니다. 그래서 더 용기를 얻었습니다. 그가 이룬 저널리즘, 그의 저널리즘이 이룬 변화는 나와 다를 바 없는 사람이 이끌었다는 것이다. 용기를 가지면 (손석희 앵커 선생님만큼은 아니더라도) 가치 있는 일을 해낼 수 있다는 것이다. 용기를 많이 얻었어요.

이 책을 애써 외면하던 내 안의 편협함과 마주했습니다. 그리고 이 독서를 통해 그 편협함을 조금이나마 줄일 수 있었습니다. 그래서 의미 있는 독서였던 것 같아요. 한때 앵커 손석희 씨 또는 JTBC 뉴스에 외로움을 느끼신 분이라면 꼭 읽어보시기 바랍니다. 틀을 깨는 경험을 할 수 있다, 또는 그 정도는 많은 생각을 전해주는 책인 것은 확실하니까요.

※ 참고로 이 책을 이런 식으로 말씀드리기는 좀 그렇지만 웬만한 추리/스릴러에 버금가는 긴장감을 전해줍니다. 가상이 아닌 현실 속 장면이라는 점에서 더욱 그 긴장이 확연히 느껴집니다. 책 선택에 참고가 될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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