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론토 공항에서 미국 입성 거부 당함

나이아가라 폭포에서 여정을 마치고 토론토로 돌아왔다.

원래 일정은 토론토에서 오타와를 거쳐 몬트리올로 가는 캐나다 단풍 일정이었지만 계획을 바꿔 미국까지 둘러보기로 했다. 생각건대 나이아가라 폭포 건너편에 있는 미국 버팔로에 입국한 후 버팔로 공항에서 비행기를 타는 것이 좋은 일정이 아닐까 생각했다. 그러나 버팔로 공항(BUF)에는 에어캐나다가 없어 다른 항공사를 이용하게 되면 에어캐나다 전체 일정 요금이 크게 오르는 아이러니에 빠지게 된다.

그래서 44km 앞에 있는 버팔로 공항(BUF)을 두고 다시 토론토 공항(YYZ)을 이용하기 위해 124km를 달려 토론토로 돌아왔다.

토론토 피어슨 국제공항인 홀리데이 인 호텔 캘거리에서도 그랬던 것처럼 토론토에서도 다음날 아침 일찍 공항으로 가기 위해 공항에 있는 호텔을 이용해야 했는데, 이번에는 홀리데이 인(Holiday Inn)으로 체크인했다.

‘홀리데이 인’이라고 하면 저렴한 가격으로 이용할 수 있는 비즈니스 호텔이 되겠네요. 한때는 저렴했지만 지금은 리모델링을 대대적으로 했지만 가격을 크게 올렸다.

홀리데이 인 호텔에 체크인하고 엘리베이터를 타고 방으로 올라가려다 홀리데이 인의 역사가 새겨진 동판과 마주한 아칸소(Arkansas)에서 태어난 케몬스 윌슨(Kemmons Wildon)은 워싱턴DC로 가족 여행을 갈 때 도중에 들른 호텔의 열악함에 염증을 느껴 스스로 호텔을 지어야 한다는 결심을 하게 되고, 그는 워싱턴DC로 가족 여행을 떠나던 중도에 들른 홀리데이 호텔이라는 Hidnay는 그에게 ‘홀리데이 호텔’라는 다짐을 하게 된다. (전 세계에 1,173개의 호텔이 있다)

여행 중 문제가 생길 경우 누군가는 짜증만 나지만 누군가는 사업 아이디어로 연결하게 된다.

홀리데이 인 창업자의 동판 다음 날 아침 일찍 적당히 아침식사를 마치고 서둘러 토론토 공항(YYZ)으로 향했다.

토론토는 캐나다 땅인데 미국에 입국심사대가 있어 입국심사도 물론 미국인이 한다. 밴쿠버와 함께 한국인의 미국 입국 거부가 매일 발생할 정도로 입국 심사가 까다로운 공항이지만 전혀 걱정하지 않았다. 이미 미국 비자를 갖고 있었고 미국에 처음 가는 것도 아니었기 때문이다.

순조롭게 입국심사를 마치고 통과하는 도중에 갑자기 앞에서 멈췄다.

워싱턴DC에 있는 호텔이 정말 예약된 호텔인지 의심스럽다며 즉석에서 전화해 확인해 달라고 요구했다. 그런데 그런 일도 모른 채 앞서 있던 일행의 여권에 빨간색 비자 거부 도장이 찍혀 버렸다.

사태가 터진 뒤 입국심사관에게 자초지종을 물었다.

왜 미국 입국을 거부하셨습니까.힐튼호텔 예약한 게 확실해요?네! 힐튼 호텔. 여기 호텔 이름이랑 주소랑 연락처가 있잖아요그럼 전화해서 다시 확인해봐요 네? 그럼 전화해도 될까요?아니요! 당신 핸드폰으로 전화하세요!내 전화는 로밍폰이라 안 될지도 모르지만.제 사정이 아니에요.”뚜두두두 뚜두두 뚜두두”

힐튼호텔에 전화를 받지 않았다. 전화 안 받는다고 설명했는데 미국 입국을 거부한다는… 아니 멍하니 서있다가 뺨 맞고 지갑까지 맞는 기분이랄까

그대로 다시 입국심사장에서 쫓겨나듯 돌아와야 했다. 그리고 어떻게 해야 될지… 탑승시간이 임박했는데도 입국 거부 도장이 찍힌 사람도 있어 미국으로 갈 수도 없는 상황이었다. 무슨 방법을 찾아야 하는데 현기증만 일으키고 있다.

이대로 여행이 끝나는 걸까.”

토론토 피어슨 국제공항(Toronto Pearson International Airport)에 터미널이 하나 더 있다는 사실을 떠올렸다. 현재 우리가 있는 터미널1부터는 워싱턴 DC 서쪽에 있는 덜레스 공항(Dulles International Airport, IAD)행 국제선이 운행되고 있으며 토론토 공항 터미널3부터는 다운타운에 있는 로널드 레이건 워싱턴 국제공항(Ronald Reagan Washington National Airport, DCA)행 노선이 있다.

미국 입국은 이미 거절당했지만 다른 터미널에서 다시 시도하면 가능하지 않겠느냐는 생각에 결과는 어떻게 돼 있던 한국으로 돌아갈지 한번 시도해 볼지 결정해야 했다. 그래서 에어캐나다 보딩카운터로 가서 바로 터미널3에서 출발해 워싱턴 로널드 레이건 워싱턴국제공항(DCA)행 티켓을 구입했다.

이제 선택은 없었다.

서둘러 셔틀버스를 타고 터미널3로 이동했다. 표를 구입했지만 여전히 시간이 촉박한데 터미널3에 도착해 보니 앞에 수백 명의 사람들이 구렁이처럼 줄을 서 있었다. 한동안 줄을 섰지만 미국 입국 심사라서 줄은 줄 생각이 없어 보였다. 인천공항처럼 앞사람에게 부탁한 뒤 앞줄로 이동하려 했지만 자신들도 늦었다며 단호히 거절했다.

여기서 어떻게 돌파해야 할지 고민하던 중 조종사와 승무원 전용심사대가 눈에 들어왔다.

“저희는 이미 첫 비행기를 재봉틀했고 두 번째 티켓을 예매했는데 이번에도 시간이 촉박해요~” “저희 여기서 미국 입국 심사를 받고 통과하면 안 될까요? ‘플리즈~ 플리즈~’

다행히 일이 없었는지 흔쾌히 승낙했다.그래서 빨리 미국 입국 심사를 받고 있는데 한쪽에 차려진 부스에서 누군가가 뛰쳐나와 입국 심사를 중지시켰다. 이 곳 미국 입국 심사 센터의 총책인 것 같았다.

다시 그에게 부탁했지만 절대 안되니 줄을 서라고 했다. 그러다 보니 다시 줄을 섰고 그만큼 시간이 걸렸고 두 번째 비행기도 보기 좋게 놓쳤다.

가장 걱정스러웠던 미국 입국 거부 도장을 받은 일행까지 모두 통과해 일단 게이트 앞까지 왔다. 그는 게이트에 나타난 항공사 직원에게 두 번째 항공편도 놓쳤다고 말하고 세 번째 항공편으로 바꿔야 했으나 더 이상 워싱턴DC행 에어캐나다 일정이 잡혀 있지 않아 이번에는 유나이티드항공(UA) 티켓으로 바꿀 수밖에 없었다.

토론토에서 워싱턴DC로 가는 유나이티드항공(실제 운영은 USAirways Express, Embraer ERJ-145, 50인승) 미국 가는 길은 참으로 험난하고 멀었다.

미국 입국심사를 거쳐 게이트 근처로 왔지만 또 다른 게이트가 앞을 가로막고 있어 또 몇 시간을 기다려야 했다. 미국으로 가는 마지막 관문인 두 번째 게이트는 탑승 20분 전에 잠깐 열린다고 한다.

마침내 마지막 게이트가 열리자 바로 앞에 비행기가 서 있었다.

‘드디어 미국으로 가는구나~’

마치 VIP가 이용하는 전용기라도 된 듯 짧은 계단을 올라 비행기에 탑승했다. 아침 6시에 일어나 식사를 하고 밖으로 나왔는데 해가 기울기 시작할 때 토론토에서 워싱턴DC로 가는 비행기를 타고 있었다. 긴장이 풀리면서 좌석 번호고 뭐고 맨 뒤에 가서 드러누웠다.

토론토 공항을 이륙하자마자 미국에 온 지 얼마 되지 않아 승무원이 가져온 프레첼 과자를 받고 나서야 이게 오늘 낮이구나 하는 새삼스런 점심이 있었음을 깨달았다.

긴장한 탓인지 점심도 먹었지만 배도 고프지 않았다. 프레첼도 먹지 않았다

호텔 → 토론토공항터미널1 → 미국입국 거부 → 에어캐나다 비행기를 놓침 → 토론토공항터미널3으로 이동 → 두 번째 에어캐나다 비행기를 놓침 → 세 번째로 유나이티드항공 탑승

어쩌다 미국행을 거절당한 일행까지 무사히 비행기에 태운 것만으로도 고마웠다.

유나이티드항공 프리츠를 즐기는 내 방송에 잠시 나왔더니 승무원이 만약 코리안 스피킹~~~이라며 한국말을 하는 사람 앞으로 나오라고 했다.

아무도 안 나왔어

아무것도 모르고 멍하니 있다가 승무원과 눈 교환을 핑계로 결국 비행기 맨 뒤에 처박혀 맨 앞으로 내밀렸다. 그리고 얼마 전 승무원이 안내한 코멘트를 한국어로 다시 한 번 방영해 달라는 요청을 받았다.

워싱턴DC에 착륙 중 바라본 풍경의 승무원들이 쓰고 있는 수화기를 한 손에 들고 다양한 인종의 사람들이 무슨 일이냐며 눈을 동그랗게 뜨고 바라보는 상황에 처하면 마치 어린 시절 선생님이 앞에 나서서 노래를 부르라고 했을 때처럼 부끄럽고 부끄러웠다.

정확한 해석일지 모르지만 수화기에 대고 기내 방송을 시작했다.

아아..안녕하세요 신사 숙녀 여러분! 저는 OOO라고 합니다. 워싱턴 DC에 도착하기 1시간 전부터는 자리에서 일어나 머리 위에 있는 캐빈을 열고 가방을 꺼내거나 소지하고 있는 가방을 무릎에 올려놓을 수 없습니다. 만약 좌석에서 일어나 가방을 꺼내거나 2인 이상 모여 있을 경우 테러리스트로 간주되어 항공법에 따라 처벌될 수 있습니다.

또한 미국 영공을 운항하는 동안 기내 방송으로 현재 항공기의 운항 경로와 위치는 알려드리지 않습니다. 가장 중요한 화장실 이용도 금지이니 화장실 가실분들은 다녀오세요.”

이상입니다. 감사합니다. ‘땡큐!’

아마 미국인이 아닌 외국인이 탑승해서인지는 몰라도 생애 처음으로 승무원 막내가 주로 연기하는 기내방송을 체험하게 됐다. 오늘은 정말 예능이라는…

원래 배정받은 자리로 돌아가 창밖으로 워싱턴 DC의 풍경을 바라보고 있었다.

랜딩기어가 내려오고 곧 착륙이 다가온 그 순간 우뚝 솟은 워싱턴 모뉴먼트가 창문으로 보였다. 수면에 반사된 워싱턴 모뉴먼트를 바라보며 파란만장했던 하루가 주마등처럼 떠올랐고, 아무튼 해결된 것은 다행이라고 생각하자 워싱턴DC에 드리워진 오렌지빛 노을이 아름답게 보였다.

다음에 닥칠 사태를 예상하지 못한 채…

대한항공을 타고 하와이로 떠난 지 8시간 만에 마침내 오아후 섬이 보이기 시작했다. “아니~” 하아… blog.naver.com

워싱턴 DC의 서쪽에는 덜레스 공항(Dulles International Airport, IAD)이 있으며, 텍사스에는 덜레스 공항(Dallas Fort Worth International Airport, DFW)이 있다. 서로 비슷한 발음 때문에 혼선을 빚고 엉뚱하게도 다른 목적지의 항공권을 구매하는 경우도 있다.

항공권을 구입할 때는 공항코드 세 자리로 기억하는 것이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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