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동하다가 탈장, 억지로 몸 만들기

무리하게 몸만들기 운동하면 자칫 탈장 고통기사 입력 2021.11.08. 오후 7:01 기사 원문 스크랩

[전문의에게 듣는 중] 유니나 성빈센트병원 대장항문외과 교수.

유니나 성빈센트병원 대장 항문외과 교수는 탈장은 한 번 발생하면 저절로 좋아지지 않으므로 수술로 교정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게티이미지뱅크

K(36) 씨는 체육관에서 근력운동을 시작했다. 그런데 몇 주 지나지 않아 오른쪽 사타구니로 혹처럼 튀어나왔다. 통증도 없이 누워서 쉬면 혹이 사라지고 별일 없이 넘겼다. 그러다 평소보다 강도를 높여 운동하자 사타구니의 혹이 더 커졌고 상체와 다리를 뻗지 못할 정도의 통증을 느꼈다. 병원을 찾아 진단한 결과 서혜부(사타구니) 디스크로 로봇 수술을 받아 문제없이 생활하고 있다.

탈장수술 전문가 유니나 가톨릭대 성빈센트병원 대장항문외과 교수를 만났다. 유 교수는 “어른에게 나타나는 디스크는 어린이와 달리 비만·만성변비·만성기치·무리한 운동 등으로 인해 발생하기 쉽다”며 “이를 예방하려면 평소 적절한 체중을 유지하고 운동을 통해 복근을 강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탈장이란.

탈장(hernia)이란 말 그대로 신체 장기가 떨어져 나가 다른 조직을 통해 빠져나가거나 돌출하는 증상을 말한다. 디스크는 신체 어디에서나 발생할 수 있다. 발생 부위에 따라 허벅지와 복부가 만나는 곳에 생기는 ‘서혜부탈장’, 대퇴혈관이 다니는 길(대퇴륜)에 생기는 ‘대퇴탈장’, 수술상 부위에 생기는 ‘절개탈장’, 배꼽 부위에서 장기가 빠지는 ‘탯줄탈장’ 등이 있다. 서혜부 디스크가 전체의 75%를 차지할 정도로 가장 많다.

아이의 디스크는 태아 초기에 생긴 고환이나 난소는 뱃속에 있으며 임신 79개월에 이동하면 제자리로 돌아온다. 이때이동통로에초상돌기가생기는데이동이정상적으로끝나면자연스럽게닫는다. 그러나 일부 아기는 이 통로가 닫히지 않은 채 태어나고 이를 통해 장기가 빠져나가는 서혜부 디스크가 발생한다. 소아서혜부 탈출증은 유아의 3~5퍼센트에서 나타난다.

성인 디스크는 후천적인 요인으로 발생하는 경우가 많다. 근육을 키우기 위해 무리하게 운동하거나 비만, 만성변비, 만성기침, 고령 등으로 인해 복벽이 약해지거나 복압이 상승해 디스크가 될 수 있다. 힘센 운동선수, 무거운 물건을 자주 드는 택배기사 등에게 흔하다.

디스크는 남녀노소 누구에게나 생길 수 있지만 남자에게는 많다. 연령별로는 어린이와 고령층에서 주로 발생한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따르면 서혜부 디스크로 인해 2020년 병원에서 진료받은 환자는 4만6천150명으로 이 중 4만1093명(89%)이 남성이었다. 연령별로는 70대가 1만98명(24.2%)으로 가장 많았고 60대 1만21명(21.7%), 10세 이하 7,302명(15.8%) 순이었다.

-탈장 증상과 치료법은.

초기에는 힘을 주거나 무거운 짐을 들면 사타구니 한쪽이 부풀어 올라 무거운 통증을 느끼기도 한다. 누워서 쉬면 좋아지고 디스크 부위를 누르면 제자리로 돌아가기도 한다. 그러나 탈장이 진행되면 탈장 주머니가 커지고 탈장이 제자리로 돌아오지 않아 염증과 유착이 생기게 된다. 특히 빠져나온 창자가 복벽 틈새로 들어가면 장폐색이 될 수 있고 그러면 오심과 구토, 복부팽만, 복통 등이 나타날 수 있다.

탈장이 한번 발생하면 저절로 좋아지지 않고 수술로 교정해야 한다. 개복경이나 복강경, 로봇수술 등으로 빠져나온 장기를 제자리에 넣고 약해진 사팔(복벽 속 통로) 부위를 복강 내에 교정한 뒤 이 부위에 인공 프레임을 단단히 고정한다.

로봇으로 탈장 수술을 하면 좋은 점은.

8mm 정도의 구멍을 3개 뚫어 하는 수술은 구미 등지에서 이미 일반화됐고 국내에서도 활성화됐다. 로봇탈장수술은 수술 중이나 나중에 생길 수 있는 정관신경고환혈관 손상을 효과적으로 줄일 수 있다. 또한 수술 부위가 작고 통증이 작고 회복이 빨라 환자 만족도가 매우 높다. 10배 이상 확대된 3차원 영상으로 수술 시야를 선명히 확보할 수 있고 로봇 장비를 자유롭게 움직일 수 있어 제한된 공간에서도 안정적이고 정교한 수술이 가능하다. 특히 출혈도 거의 없어 개복수술이 필요할 정도로 큰 감돈탈장 같은 복잡 탈장이나 재발성 탈장수술도 가능하다.

다만 어린이의 탈장은 로봇으로 수술할 수 없다. 인공막 등을 이용해 복벽을 튼튼히 보강해야 하는 성인 탈장과 달리 선천성 어린이의 탈장은 탈장 구멍을 실로 묶으면 되기 때문이다. 로봇탈장수술은 탈장이 심하고 고환까지 내려오거나 유착이 심해 재발이 높은 어려운 탈장수술에서 큰 효과를 볼 수 있다.

탈장 예방은 어떻게 해야 하나.

평소 적절한 체중을 유지하고 복근을 강화하는 운동을 해야 한다. 다만 무리한 운동을 하면 오히려 탈장이 생길 수 있으므로 적절한 신체운동이 필요하다. 만성 변비의 경우는 복압이 높아지므로 채소 과일 수분을 충분히 섭취해 변비를 예방하는 노력을 해야 한다. 무거운 물건을 자주 드는 것도 피해야 한다.

권 대 익 의학전문기자 [email protected] 기자 프로필

권대익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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