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월 개봉 영화 정보 및 후기

가깝고도 먼 모녀의 이야기

전 세계 15개 영화제에 초청돼 국내 영화제 8관왕 수상의 영예를 안은 〈같은 속옷을 입는 두 여자〉가 11월 10일 개봉한다. 영화는 당연히 받아야 할 마음을 원하고, 기대했던 모녀가 갑작스러운 사고에 휘말리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포착한다.

같은 집에 사는 모녀 이정(임지호)과 수경(양말옷)은 달라도 너무 다르다. 서로를 이해하지 못하고 항상 말다툼하는 사이다. 여느 때처럼 다툼이 있던 어느 날 마트 주차장에서 수경이 운전을 하다 이정을 덮치는 사고가 발생하면서 모녀의 갈등이 폭발하고 만다. 오래전부터 쌓아온 감정이 이번 사고를 계기로 폭발하고 만 것이다. 사고에 대해 수경은 급발진이라고 주장하지만 이정은 고의라고 확신하는 상황이다. 평소 “죽여버리고 싶다”는 말을 자주 듣던 이정은 재판의 증인으로 참여하는 대담한 행동을 해 수경은 그런 딸에게 서운하다. 겉모습은 속옷이라는 내밀한 것을 공유할 정도로 가까운 사이지만 마음의 거리는 누구보다 멀다.

< 같은 속옷을 입는 두 여자>을 보고저와 엄마의 관계에 대해서도 생각했다. 하늘이 맺은 인연이라도 무조건 가까운 수는 없다. 나는 어머니를 정말 사랑하고 존경하지만 얄미운 기분이 되는 것도 종종 있었다. 그렇다면 어머니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한없이 사랑스러운 딸이지만 나 때문에 마음이 아플 때가 많았을 것이다. 이렇게 모녀의 사이 그렇다고 항상 좋은 것은 아니다. 다수의 미디어가 사랑이 충만한 가족의 모습을 보이는 것에 집중하지만 실체는 그렇지 않은 가정이 많다. 아무리 행복한 가정에서도 각각 크고 작은 문제가 있는 것이다.영화의 장점의 하나로 인물이 문제를 직시하고 부딪치는 과정을 그대로 보였달 수 있다. 이·존과 수경의 상황을 균형 있게 다루며 딸은 어머니를 어머니는 딸의 입장을 이해할 수 있도록 연출했다. 이에 김·세인 감독은 “관계를 일방적으로 뿐만 아니라 다각적으로 관찰하고 싶었다. 모녀 관계에 대한 당직성이 있어서 제가 바라보고 느낀 복잡한 관련성을 결코 단순하게 정리해서는 안 된다는 강박 관념이 있었다”고 설명했다.

두 사람의 관계를 억지로 연결하거나 화해시키려 하지 않은 점도 좋았다. 다양한 풍파를 겪으며 스스로 단단해지는 인물의 모습을 보여주는 데 의의를 둔다. 다만 모녀 간의 문제뿐만 아니라 기타 관계를 겪으며 강해지는 과정을 그린 점도 인상적이다.

이정과 수경은 누구보다 사랑을 갈망하는 인물들이다. 그럼에도 서로에게 진심 어린 애정을 쏟지 못하는 모습이 안타깝다. 가정 밖에서도 사랑받기 위해 안간힘을 쓰지만 돌아오는 것은 상처뿐이다. 이럴 때일수록 탄탄한 혈연의 끈을 잡으면 좋겠지만 쉽지 않을 것 같다. 물론 두 사람의 끈이 절단된 것은 아니고 믿는다. 서로를 그리워하는 마음이 강해지면 끈끈한 관계가 될 수 있다고 확신한다.

<같은 속옷을 입는 두 여자>는 <파수꾼> <소셜 포비아> <성실한 나라의 앨리스> <아워 바디> <야구소녀> <죄많은 소녀> 등을 제작해온 한국영화아카데미 KAFA가 제작을 맡았다. 제72회 베를린국제영화제, 제24회 우디네 극동영화제 등 세계 유수의 영화제 초청을 받은 만큼 KAFA 제작 작품의 계보를 이어갈 것으로 기대를 모은다.

같은 속옷을 입는 두 여성 감독 김세인 출연 임지호, 양말 공개 2022년 11월 10일.

같은 속옷을 입는 두 여성 감독 김세인 출연 임지호, 양말 공개 2022년 11월 10일.본 투고는 영화사로부터 원고료를 받고 작성한 리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