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이슬란드 화산 폭발이 처음 일어난 4월 중순 필자는 튀니지의 수도 튀니스에서 발이 묶였다.
양잠 기술을 이전하고 귀국하던 중이었는데 마침 화산재 때문에 비행기가 파리로 갈 수 없었다.닷새나 기다리는 두바이 공항을 거쳐 돌아왔지만 다행인 것은 파리 공항에서 발이 묶여 있었다면 거지가 될 뻔했다.
돌아와서 우리 동네 농사짓는 노인을 만나 화산재 때문에 늦게 왔다고 하니까 그분은 ‘화산재가 떨어진 곳은 농사가 잘 될 거예요.’라고 하더라. 왜 그러냐고 물었더니 이렇게 말한다.
옛날 우리 어릴 때는 목재로 농사를 지었다.호박구멍이나 콩을 심을 때 넣으면 농사가 아주 잘 됐으니 화산재도 재지 않을까.
목재는 거름으로 좋지만 화산재는 거름은커녕 오히려 농사를 망친다.재 속에는 그 식물이 살아 생전에 빨아들이던 온갖 양분이 그대로 들어 있다.그래서 식물 영양학의 비조인 리비히는 어떤 식물이든 재를 분석하면 그 식물이 필요한 양분의 종류이며 양을 알 수 있다고 했다.
그러나 이 주장에는 두 가지 잘못이 있다.타는 동안 질소와 유황은 공기 중으로 날아가 재 속에 남아 있지 않다.칼륨 같은 성분은 땅 속에 있는 것만으로도 필요 이상을 흡입하기 때문이다.어쨌든 칼륨 인 칼슘 마그네슘 각종 미량 원소 등 많은 양분이 들어 있어 비료가 귀하던 시절에는 물론 지금도 좋은 비료임에는 틀림없다.
화산재는 이와 반대로 폭발할 때 구멍 주변 수십 km까지의 깊은 바위가 열을 타고 가루가 돼 날기 때문에 불에 탄 돌가루로 돼 있다.
이 재가 잎에 떨어지면 숨구멍이 막혀 빛을 차단해 광합성을 할 수 없다.식물이 자라는 데 꼭 필요한 유기물도 전혀 없고 철과 알루미늄은 많이 들어 있어 땅 위에 덮이면 문제다.말하자면 비옥도는 낮은 데다 인산을 낭비하는 인산흡수계수가 높아 보통토의 7배나 많은 인산비료를 줘야 농사를 지을 수 있다.
또 가볍고 바람에 잘 날린다.제주도 밭에 돌로 제방을 높이 쌓은 이유는 이 때문이다.지금의 제주도처럼 농사를 지을 수 있는 흙이 되기까지 수백 년은 걸려야 한다.
제주도의 화산회토 유기물이 10% 이상이나 화산회토에 고정되어 유기물로서의 역할을 하지 못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