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변화와 문명붕괴 시리즈 ⑧ 화산폭발이 일으키는 기후변화, 강수량 감소 및 곡물생산성 악화로 이어지고,
- 글 : 이지현 칼럼니스트
- 기후변화는 앞으로 우리가 해결해야 할 중요한 과제인 동시에 지금까지 인류가 걸어온 과거사와도 밀접하게 관련되어 있습니다. 기후변화가 문명에 영향을 미친 여러 사례들을 통해 현재 인류가 겪고 있는 기후변화의 위험성을 진단해 보려고 합니다.
▶기후변화와 문명의 붕괴 시리즈 ①기후변화, 4대 문명과 고대 그리스 문명을 견인하는
▶기후변화와 문명의 붕괴 시리즈 ②기후변화, 마야문명을 바꾸다
▶기후변화와 문명의 붕괴 시리즈 ③기후변화가 가져온 식량위기, 명나라를 몰락시키다
▶기후변화와 문명의 붕괴 시리즈④기후변화가 가져온 역병, 아일랜드 대기근의 씨앗이 될
▶기후변화와 문명의 붕괴 시리즈 ⑤기후변화, 현대문명 불태운다
▶기후변화와 문명의 붕괴 시리즈 ⑥기후변화로 나라의 수도가 바뀌는 물에 잠기는 도시들
▶ 기후변화와 문명의 붕괴 시리즈 ⑦ 상승하는 해수면, 가라앉는 삶의 터전
1월 15일 평화롭던 남태평양의 섬나라 통가는 순식간에 지옥으로 변했습니다. 해저 화산 훙가톤가폰가하파이가 갑자기 폭발했기 때문인데, 화산 폭발 높이가 20킬로미터에 이르는 큰 폭발이었습니다.
- 분연주 : 화산폭발 발생시 형성되는 뜨거운 화산재와 화산가스에 의한 기둥 모양의 구름
이 분화로 섬의 대부분은 쓰나미의 영향을 받아 검은 회색 화산재와 흙이 통가 전역을 뒤덮었습니다. 285만㎡ 규모에 달하는 육지가 소멸되고 통가 국민 10만여 명 중 8만여 명이 피해를 입었습니다. 화산 폭발의 영향은 세계 각지로 퍼져 나갔어요. 일본, 러시아의 블라디보스토크, 미국의 알래스카, 캘리포니아, 칠레와 페루까지 큰 쓰나미가 발생하고 대량의 화산재로 인한 해양 오염 등의 환경 문제도 제기되고 있습니다.
해저 화산이 폭발하기 전(왼쪽)과 화산이 폭발한 후(오른쪽)의 사진입니다. 분화 후 통가의 수도 누쿠아로파 항구는 회색 화산재로 뒤덮였습니다. ☜ (주)
화산 폭발과 기후 변화의 관련성은 1991 년 필리핀의 피나투보 화산 폭발 이후 활발하게 연구되고 있습니다. 피나투보 분화는 1912년에 발생한 알래스카 노바르푸타 화산 분화에 이어 20세기에 두 번째로 큰 화산 분화로 기록될 정도로 피해가 컸습니다. 피나츠보 산은 필리핀 수도 마닐라에서 북서쪽으로 90km 떨어진 루손 섬에 위치해 있습니다 1991 년에 분화할 때까지 600 년 이상 활동하지 않았기 때문에 대부분의 사람들은 피나투보 화산이 다시 분화할 것이라고 생각하지 않았습니다. 그러나 6월 9일에 갑자기 분화를 시작한 화산은 3일 후인 12일에 폭발했는데, 원폭이 폭발한 것처럼 버섯구름이 피어오르고 산꼭대기는 통째로 날아갔습니다. 흘러나온 용암은 10km 이상 흘러 산을 중심으로 반경 20km 내부는 두꺼운 화산재로 뒤덮였습니다. 약 10km의 농지와 4만여 채의 집이 순식간에 사라졌고 이재민 64만 명이 넘었습니다.
화산 폭발 기둥은 최고 40km에 달했고, 대분화로 인해 산체 내부가 비어있었으며, 피나투보 화산의 높이는 1,745m에서 1,485m로 낮아졌습니다. 부산일보
게다가 같은 날 필리핀에 태풍 유냐(Typhoon Yunya)가 지나가고 있었습니다. 태풍은 화산재 구름과 만나서 피해를 가중시켰어요. 화산에서 내뿜는 대량의 화산재로 섬 전체가 하루 반나절 동안 암흑에 휩싸였고, 태풍의 이동경로로 인해 베트남, 캄보디아, 싱가포르, 인도네시아 등 주변국도 화산재 피해를 입었습니다.
특히 루손 섬은 화산 폭발의 직격탄을 맞았지만 용암뿐 아니라 태풍과 결합해 점성이 약해진 화산재가 물과 섞여 흐르는 화산류 현상이 발생해 전기와 물 공급이 모두 끊기고 주요 도로가 파괴됐습니다. 후기 구석기 시대부터 루손 섬의 산악부에 머물며 농사를 짓던 예타족의 피해는 더 컸습니다. 부족의 대부분은 다른 섬으로 이주해야 했고 사망자도 800명이 넘었습니다.
화산재가 쏟아지는 화산류는 발생속도가 빠르고 시멘트 반죽처럼 무겁고 밀도가 높아 주변의 모든 가옥과 도로, 농장을 파괴합니다. │ wikipedia
피나투보 화산 폭발은 지구 환경에도 큰 영향을 주었습니다. 폭발 후 약 2000만 톤 이상의 이산화황과 화산재 등이 성층권에 이르러 전 세계로 퍼져 나갔습니다. 성층권은 보통 지표에서 10~50km사이에 있습니다. 성층권은 높아질수록 온도가 상승하고 공기의 대류 현상이 거의 일어나지 않기 때문에 대기 상태가 매우 안정적입니다. 이러한 이유로 성층권은 여객기의 항로로 사용되기도 하지만 성층권까지 도달한 피나투보 화산분출물은 전 지구를 순환하면서 두꺼운 구름을 생성하였습니다. 이 구름은 태양의 가시광선을 산란시켜 태양 복사를 반사하여 대기 중의 알베도(albedo, 빛을 받았을 때의 반사 정도)를 증가시켰습니다. 알베도가 높아져, 태양으로부터 받는 지구의 에너지가 감소해, 그 영향은 2년 이상 계속 되었습니다.
화산이 폭발하면 성층권의 오염 물질은 증가합니다. 성층권에 머문 오염 물질은 지구 표면의 냉각 효과를 일으킵니다. ⓒ zdnet
버클리 캘리포니아대 연구팀에 따르면 지구의 평균 온도는 피나투보 화산 폭발 후 2~3년 동안 약 0.20.5도 내려갔고 지구 표면에 도달하는 태양광은 약 2.5% 감소했습니다.
식물의 생산성에도 큰 영향을 주고 있습니다. 지구상의 모든 식물은 햇빛을 통해 에너지를 흡수하기 때문인데, 피나투보 화산 폭발로 옥수수 생산량은 약 9.3%, 쌀과 밀 등은 4.8% 감소했습니다. 화산 폭발에 의한 기후 변화에 의해 식량 공급의 안정성이 낮아진 것입니다.
강수량도 화산폭발의 영향을 받습니다. 지난해 포스텍 환경공학부, 프랑스 국립과학연구센터, 취리히 공과대학, 에든버러 대학의 공동연구에 따르면 화산 폭발 이후 육지의 강수량은 줄었습니다. 연구팀은 화산 폭발 이듬해에 동태평양 해수면의 온도가 높아지고 적도 태평양 무역풍이 약해지는 엘니뇨가 공통적으로 발생했으며 동남아시아, 인도, 남아프리카, 중남미, 호주를 포함한 몬순 지역에서 강수량이 감소했다는 사실을 확인했습니다. 강수량의 감소는 물 부족을 초래하고 곡물 생산성에 막대한 영향을 미치게 됩니다.
화산 폭발은 지구 내부의 에너지 흐름에 의한 자연스러운 현상이지만, 나폴리에서 번영하던 도시 폼페이를 완전히 멸망시킬 만큼 강력한 힘도 가지고 있습니다. 지난 8월 IPCC(기후변화에 관한 정부 간 협의체)는 과학적 관측과 과거 기후 분석을 통해 금세기 중에 피나투보 화산과 같은 대형 화산 폭발이 발생할 가능성이 매우 높다고 전망했지만, 화산 폭발은 지구 기후 변화의 원인이 되는 만큼 더 많은 연구와 대책을 마련해주시기 바랍니다.
*참고 자료
화산은 기후변화에 어떤 영향을 미칠까._ 국립기상과학원
초거대 화산폭발과 기후변화_한국과학기술정보연구원
화산재량피해와사회경제적영향분석_Korea Science
화산재가 농작물 및 농업시설에 미치는 영향과 대응방안_한국방재학회학술대회논문
기후변화가 세계 농업에 미치는 영향과 대응_ 서울대학교 이병우 논문
통가 화산 폭발이 남긴 이례적인 기록_ 동아사이언스
●화산폭발하면 식량생산성 감소_동아사이언스
●화산폭발이 전지구적 강수량 줄여_포항공대 산업협력단
화산 분화가 지구의 강수량을 줄인다…엘니뇨유발_사이언스타임즈
화산 폭발로 방출되는 물질 삶에 미치는 영향_케미컬 뉴스
더 많은 에너지 관련 정보는 에너지 정보 커뮤니케이션 센터로! http://www.etrans.or.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