번아웃은 원래 차량 용어로 시작했지만 최근에는 속칭 ‘하얗게 타버렸다’는 표현으로 주로 사용됩니다. 짧은 시간에 빠르게 많은 것을 처리하기 위해 전력을 다하고 나서 탈진한 상태를 표현하는 말입니다. 그러나 최근에는 번아웃 증후군이라는 말의 줄임말로도 널리 쓰이고 있지요. 상황과 맥락에 맞게 구별하면 될 것 같아요. 탈진증후군 또는 번아웃증후군(occupational burnout)은 주로 작업환경에서의 장기피로와 업무에 대한 열의(열정) 및 성취감 상실을 뜻하는 심리학 용어입니다.
2019년 세계보건기구에서는 제11차 국제질병표준분류기준에 번아웃증후군을 직업관련 문제현상으로 분류하였습니다. 직업과 관련해서 발생하는 것이기 때문에 일상의 다른 영역에서의 이런 증상이 나타나는 것에는 해당되지 않는다고. 또한 건강에 영향을 미치지만 번아웃 자체를 의학 증상이나 정신질환으로 분류하지는 않기 때문에 아직 질병으로 정의된 것은 아니어서 각별한 주의가 필요한 수준으로 보고 있습니다.WHO에 따르면 번아웃 증후군은 만성적인 업무 스트레스에서 유래한 것으로 에너지 고갈 혹은 소진 느낌, 일에 대한 심리적 거리가 생기거나 일에 대한 부정적인 생각 혹은 냉소적인 자세, 직무 효능 감소 등을 특성으로 하는 증상을 동반합니다.
이전에도 오지에서 의료봉사를 하고 있는 의사에 관한 소설에서 번아웃이라는 용어가 사용된 적은 있지만 번아웃 증후군이라는 용어를 학계 최초로 고안한 것은 1974년 미국의 심리학자 허버트 프로이덴버거(Herbert Freudenberger). 같은 해 과학 저널에 번아웃 증후군에 관한 연구를 최초로 게재했다고 합니다. 이 논문은 저자 자신을 포함한 무료 약물 중독 클리닉 자원봉사 직원에 대한 관찰을 기반으로 하고 있는데 직무적으로 과도한 요구를 받으면서 정신적, 육체적으로 고갈되고 두통, 불면증, 화를 잘 내는, 폐쇄적 사고와 같은 신체 증상이 나타난다고 표현하고 있습니다. 논문에서 작업자들은 외부적으로 우울증 환자처럼 보이고 작업자 본인도 그렇게 느끼고 있다고.
그 후 연구가 활발해지고 평가 도구도 개발되었습니다. 크리스티나 마스라흐(Christina Maslach)는 번아웃 증후군이 정서적 소모, 이인화(depersonalization, 고객, 학생, 고객, 동료 등 조금이라도 친밀감을 느껴야 하는 사람들과 떨어져 거리를 두거나 냉소적인 태도로 대하는 것), 직무 관련 개인적 성취감 저하 등을 특성으로 삼기보다는 지금 현재까지도 널리 사용되는 번아웃의 특징을 파악했습니다. 마스라는 번아웃이 자주 오는 직업적 특성이 있어 다른 직종에 비해 대인접촉이 많고 많은 대화를 통해 감정소모가 생기기 쉬운 교사, 간호사, 사회복지사와 같은 서비스 직종 종사자에게 발생할 확률이 높다는 것을 보고 이에 초점을 맞춘 번아웃 평가도구를 개발하게 됩니다. 1981년 마스라흐와 동료 수잔 잭슨(Susan Jackson)은 번아웃을 평가하는 도구인 마스라흐 번아웃 인벤토리(Maslach Burnout InventoryMBI)를 출판하게 되는데 이것이 처음이자 가장 널리 사용되는 번아웃 평가 도구. 초기에는 MBI는 교사나 사회복지사와 같은 서비스 직종 종사자에 초점을 두었고, 이후 직종에 따라 변형 버전이 나오고 다양한 직군도 적용받게 됩니다.마스라흐는 번아웃을 우울증으로 볼 필요는 없다고 보고 있고 세계보건기구도 번아웃을 의학 증상 또는 정신질환으로 인정하지 않고 있으며 번아웃과 우울증은 다르다고 학계에서도 보고 있지만 실제 여러 분석에 따르면 상관도가 0.75 정도로 상당히 높은 수치를 보이고 있습니다.
